장기와 삼국지의 관계는 마치 거대한 대하드라마의 시즌 1과 시즌 5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분이 장기판의 한(漢)나라와 삼국지의 촉한(한나라)을 보며 “같은 시대가 아닌가?”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약 400년이라는 방대한 역사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장기판 위에는 ‘초(楚)’라고 적힌 초록색 알과 ‘한(漢)’이라고 적힌 빨간색 알이 바쁘게 움직이죠.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는 왜 장기판에 없을까요? 오늘은 그 궁금증을 해결해 줄 흥미진진한 역사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기판의 주인공: “천하 제일의 힘 vs 천하 제일의 지혜”

장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2,200년 전, 중국의 ‘초한시대’의 ‘초한 전쟁’을 배경으로 해요. 이때는 삼국지보다 훨씬 옛날인 ‘초한시대’라고 불러요. 당시 중국은 진시황제가 세운 진나라가 무너지고, “누가 새로운 왕이 될 것인가!”를 두고 두 명의 엄청난 영웅이 나타났답니다.
- 초(楚)나라의 서초패왕 ‘항우’ (초록색 알): 항우는 한마디로 ‘인간 탱크’였어요. 혼자서 수백 명을 상대할 정도로 힘이 세고 싸움 실력이 대단했죠. 하지만 마음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편이었어요.
- 한(漢)나라의 한왕 ‘유방’ (빨간색 알): 유방은 항우처럼 힘이 세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었죠. 바로 ‘좋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이에요! 똑똑한 전략가 장량, 싸움의 천재 한신 같은 부하들이 유방을 도와주었답니다.
장기판의 규칙: 장기판에서 ‘궁’ 안에 있는 한나라와 초나라는 바로 이 유방과 항우의 본부를 의미해요. 이 둘의 대결이 얼마나 유명했으면 지금까지도 우리가 게임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죠!
삼국지는 장기판보다 400년 뒤 이야기예요!
자,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삼국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장기판에서 유방이 승리한 후, 유방은 ‘한(漢)나라’라는 거대한 제국을 세웠어요. 이 나라가 무려 400년 동안이나 이어졌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흐르다 보니 나라가 힘이 빠지고 여기저기서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이때 “한나라를 다시 예전처럼 멋지게 살려내자!” 하며 나타난 영웅들이 바로 삼국지(三國志)의 주인공들입니다.

시대의 차이: 쉽게 말하면, 장기판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는 이야기이고, 삼국지는 그 손자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예요. 시대 차이가 약 400년이나 나기 때문에 유비가 장기판에 들어갈 수가 없었던 거예요!
- 삼국지 이름의 뜻: 여기서 ‘삼국(三國)’은 위, 촉, 오 세 나라를 뜻하고 ‘지(志)’는 기록을 의미합니다. 즉, 세 나라가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시기(서기 220년~280년)의 기록인 셈이죠.
- 유비와 유방의 연결고리: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는 사실 장기판의 승자였던 유방의 먼 손자뻘(후손)이에요. 유비가 항상 “나는 한나라의 황실 종친이다!”라고 말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 나라 이름의 비밀: 유비가 세운 나라의 정식 명칭은 ‘촉’이 아니라 ‘한(漢)’입니다. 조상인 유방이 세운 한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죠. 후대 사람들이 구분하기 위해 ‘촉’ 땅에 있는 한나라라 하여 ‘촉한’이라 부르는 것뿐입니다.
삼국지의 주인공들

삼국지라는 거대한 서사를 이끌어가는 세 주인공,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위(魏)나라의 조조는 스스로를 ‘난세의 간웅’이라 칭할 만큼 냉철한 판단력과 압도적인 리더십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위나라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반면 촉(蜀)나라 ≒ 한 (漢)의 유비는 장기판의 승자 유방의 후손답게 ‘인덕(人德)’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관우, 장비, 제갈량 같은 인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멸망해가는 한나라의 정통성을 잇고자 분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吳)나라의 손권은 수호의 달인답게 장강의 험난한 지형을 활용하여 강력한 수군을 육성하고, 조조의 대군을 적벽에서 격파하며 강남 땅에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습니다. 이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신념과 전략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화음이 바로 우리가 열광하는 삼국지의 핵심입니다.
그럼 ‘바둑’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바둑은 장기나 삼국지보다 훨씬 고대인 약 4,000년 전 중국 요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장기와 삼국지가 실제 전쟁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틱한 게임이라면, 바둑은 우주의 이치와 수 싸움을 다룬 고전 철학에 가깝습니다.
바둑은 삼국지 인물들에게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취미였습니다. 관우가 팔의 뼈를 깎는 수술을 받으면서 마량과 바둑을 두었다는 일화는, 그만큼 바둑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일상적인 고도의 두뇌 놀이였음을 보여줍니다.
즉, 바둑은 삼국지 영웅들의 지혜를 단련하던,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최고의 두뇌 게임’이었던 셈이죠.
한눈에 보는 역사 타임라인
이해가 쏙쏙 되도록 순서를 정리해 줄게요!

- 바둑의 탄생 (약 4,000년 전): 지혜를 겨루는 가장 오래된 게임.
- 장기의 탄생 (약 2,200년 전): 항우와 유방의 한판 승부! (초한지)
- 삼국지의 배경 (약 1,800년 전): 유비, 조조, 손권의 대결!
| 구분 | 바둑 (신화 시대) | 장기 (초한시대) | 삼국지 (위·촉·오) |
| 시기 | 약 4,000년 전 (기원전 2300년경) | 약 2,200년 전 (기원전 200년경) | 약 1,800년 전 (서기 200년경) |
| 역사적 배경 | 요순시대 (전설 속의 성군 시대) | 진나라 멸망 후 초한전쟁 | 후한 말기 혼란 ~ 삼국시대 |
| 주요 인물 | 요왕(요임금), 단주 | 항우(초) vs 유방(한) | 조조(위), 유비(촉), 손권(오) |
| 게임의 성격 | 전략과 철학: 우주의 이치와 영토(집)를 다투는 고도의 지능 게임 | 전술과 전쟁: 왕을 잡기 위해 직접 군대를 지휘하는 시뮬레이션 | 정치와 서사: 세 나라의 복잡한 외교와 영웅들의 이야기 (지(志)) |
| 핵심 연결고리 | 삼국지 영웅들이 즐기던 ‘클래식’ 취미 (관우의 바둑 일화) | 제국의 탄생: 유비의 조상인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는 과정 | 제국의 황혼: 유방이 세운 한나라를 지키거나 새로 세우는 과정 |
직접 영웅이 되어 대결해 볼까요?

역사적 배경을 알고 직접 전략을 짜보는 경험은 단순한 유희 그 이상의 재미를 줍니다. 특히 최근의 모바일 삼국지 게임들은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가 가진 각기 다른 매력을 정교한 그래픽과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장기판에서 한나라의 승리를 이끌던 유방의 기개가 400년 뒤 삼국지 게임 속 유비의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플레이해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입니다.
제가 이전에 다루었던 장기와 바둑 게임 포스팅을 함께 참고해 보신다면, 방금 읽으신 이 역사적 서사가 실제 게임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더욱 생생하게 체감하실 수 있습니다. 장기판 위에서 제국의 탄생을 결정짓거나, 바둑판 위에서 관우처럼 차분한 수 싸움을 즐기며 시대를 초월한 전략가가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장기와 바둑이 아직 어려우신 분들은 오목으로 한 번 가볍게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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