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휘게포레스트 캠핑장 | 비 내리는 숲속에서 만난 온전한 휴식

휘게포레스트를 우연히 취소된 1박을 예약해 다녀왔습니다. 짙은 녹음이 내려앉은 강원도 평창의 숲길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면 거친 자연과 담백하게 어우러진 모던 화이트 박스 형태의 웰컴센터가 반겨줍니다. 19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50개국 넘는 수많은 숙소와 매력적인 공간을 뷰파인더에 담아왔지만,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캠핑장 입구에서부터 이토록 차분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는 곳은 참 오랜만입니다. 전국 4,000여 곳의 캠핑장 중에서도 차 문을 열자마자 닿는 공기와 발끝의 흙 감촉부터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단번에 줍니다.

휘게포레스트
웰컴센터 외관
20260818 073954

호텔 라운지를 닮은 웰컴센터, 그리고 미식 큐레이션 덕희상회

20260817 180648
휘게포레스트 지도
20260817 132019
20260817 134406
덕선이
20260818 120007

웰컴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공기 사이로 이곳의 마스코트인 삼색 고양이 덕선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캣타워와 전용 해먹에서 세상 편한 자세로 낮잠을 자거나 식빵을 굽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 도심에서 짊어지고 온 긴장감도 스르륵 풀리며 비로소 쉼이 시작됐음을 실감합니다.

20260817 132232
20260817 132626

센터 한편의 ‘덕희상회’는 정겨운 이름과 달리 단순 매점 수준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20260817 132003
캠핑 용품
20260818 123616

캠퍼들의 로망인 하이엔드 기어 힐레베르그 텐트 라인업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독일 장인의 손길이 닿은 뮐러 인센스 홀더와 페트로막스의 컬러풀한 오일 랜턴들이 성수동 편집숍처럼 감각적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저도 전기 충전되는 회색 랜턴을 결국 하나 샀습니다.

20260817 132051
20260817 132109
20260817 132119
20260817 132146

미식 큐레이션은 더 흥미롭습니다. 소믈리에의 정성스러운 손글씨 테이스팅 노트가 달린 와인들 옆으로 레몬과 바질 향을 품은 그리스 프리미엄 이아이아 앤드 프렌즈(yiayia and friends)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놓여 있고, 냉장고에는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즈므블랑 수제 맥주와 대가방 간짜장, 고래사어묵 전골 같은 프리미엄 밀키트까지 알차게 채워져 있습니다. 거친 야외 한 끼를 근사한 다이닝으로 바꿔주는 공간입니다.

20260817 132207
20260817 132212
20260817 132433
20260818 123559
충전 스테이션

방전된 스마트폰을 배려해 선을 깔끔하게 정리해 둔 멀티 고속 충전 스테이션에서도 호스트의 세심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특급 호텔리어의 감각이 엿보이는 디테일

20260817 180725
편의동 입구
20260817 133405
개수대 전경
20260817 133220
개수대
20260817 133139
발뮤다 토스트와 전자레인지

캠핑의 만족도와 피로도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역시 편의시설입니다. 휘게포레스트의 편의동은 사장님이 5성급 호텔 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냅니다 (여쭤봤더니 전혀 아니시더라구요). 아치형 창 너머 초록빛 숲이 담기는 개수대 라운지에는 발뮤다 토스터기와 전자레인지가 깔끔하게 빌트인되어 있습니다. 고급 수전 아래 싱크볼마다 놓인 스퀴지로 자연스레 물기를 닦아내게 되는데, 굳이 안내문을 붙이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사용자의 매너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20260817 133152
유료 세탁기 건조기
20260817 133424
스타일러

한쪽에서는 또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불멍의 매캐한 냄새와 비 오는 날의 눅눅한 습기를 털어낼 LG 스타일러 4대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20260817 133243
남녀 화장실 입구
20260817 133253
화장실
20260817 133308
샤워실과 파우더룸
20260817 133313
다이슨 헤어 드러이어

은은한 조명의 파우더룸에는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가 갖춰져 있고, 테라조 타일로 마감된 비데 화장실과 다크 그린 타일의 독립 샤워 부스까지 둘러보고 나면 1박 12만 원이라는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마치 호텔에 온 기분이 들더라구요. 심지어 세스코도 설치되어 있어서 해충 방지를 하고 있었고, 직원 분들도 수시로 모기를 퇴치하고 계시더라구요.

20260818 080338
비데가 있는 화장실
20260817 133338
단독 샤워실 내부
20260817 133643
화로대 세척장
20260817 133655
좌측: 화로대 전용 세척장, 맞은편: 그리들 전용 싱크대

기름때 묻은 그리들과 그을음 가득한 화로대 세척장을 일반 개수대가 있는 편의동과 분리하고, 전용 브러시와 철수세미를 종류별로 구비해 둔 데서는 캠퍼의 손길과 동선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배려가 와닿습니다. 보통 일반 캠핑장에는 화로대 씻는 곳이 분리되 있는 곳은 있어도 세척 도구 없는 곳이 많거든요. 정말 디테일의 끝판왕이었습니다. 바로 옆이 분리수거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사소한 부분이겠지만 직원분이 유니폼을 입고 계셨어요. 그런 캠핑장 흔하지 않잖아요.

우중 캠핑의 정취와 숲속 불멍

20260817 170802
20260817 172353
20260818 075236
야자매트가 깔린 차량 이동 길

제 사이트는 관리동 바로 옆이었는데요 중앙 잔디광장을 감싸듯 자리한 사이트들은 대형 리빙쉘 텐트와 타프를 치고도 넉넉할 만큼 데크 규격과 사이트 간격이 여유롭습니다. 사이트 간의 간격만 생각해도 가격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이웃 텐트의 시선이나 소음에 방해받지 않는 독립적인 구조입니다. 비가 이어지는 날씨였지만 경사로와 주요 동선마다 꼼꼼하게 깔린 야자매트 덕에 흙탕물에 신발을 버릴 염려 없이 쾌적하게 오갈 수 있었습니다. 해발 900m에 위치해서 생각보다 모기도 적습니다.

비밀의 숲으로 이어지는 물길, 몽환적인 천연 계곡

20260817 171016
20260817 171204

야자매트가 깔린 산책로를 따라 숲의 깊은 숨결을 느끼며 걷다 보면, 캠핑장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 흐르는 천연 계곡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집니다. 하늘을 빽빽하게 덮은 원시림 같은 나무들이 짙고 서늘한 그늘의 터널을 만들어내고, 그 아래로는 바닥의 조약돌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맑고 찬 얼음장 같은 계곡물이 경쾌한 선율을 그리며 흘러갑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무심한 듯 자연스러운 징검다리를 내어주고, 얕고 잔잔하게 물이 고이는 소(沼)가 곳곳에 형성되어 있어 가만히 바위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거나 계곡 백색소음에 귀를 기울이기에 더없이 완벽한 힐링 스팟입니다.

20260817 171728
20260817 171749

특히 비가 내린 직후라 계곡 수면 위로 옅은 물안개가 스르르 피어올랐는데,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비밀의 숲에 들어온 듯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정취에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수영장이 아닌, 수많은 시간이 빚어낸 날것 그대로의 맑고 깊은 자연이 텐트 문을 열면 닿을 거리에 있다는 것. 그것은 휘게포레스트가 캠퍼들에게 내어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축복이었습니다.

20260817 181638
20260817 204534

어둠이 내린 숲, 곁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천연 백색소음이 되어줍니다. 블랙 플레이트 위에 두툼한 소고기를 얹어 구우며 와인 한 잔을 기울이는 밤의 공기는 각별합니다. 식사 후 메쉬 화로대에 장작을 지펴 피워 올린 불꽃이 서늘한 빗속 한기를 기분 좋게 덥혀줍니다.

20260818 075225
화로재 버리는 곳
20260817 133708
곳곳에 깔린 야자매트

타고 남은 재를 정리하러 가는 동선마저 인상적입니다. 조적 벽돌을 정갈하게 쌓아 올린 전용 화로재 수거함은 캠핑장이 마지막 마무리까지 얼마나 단단하게 관리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운을 남기는 아침, 그리고 사장님의 로컬 픽(Pick)

20260818 075255
20260817 132857
20260818 124938

이튿날 아침, 파쇄석 길 위로 반듯하게 깔린 두 줄의 야자매트 산책로를 걸으며 차가운 숲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습니다. 체크아웃 하면서 받은 종이 한 장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Hygge Forest Pick’이라는 이름의 안내지에는 다키닥팜 참숯 생오리 구이, 옥봉식당 토종 순대곱창전골, 납작식당 직화 오삼불고기, 고바우식당 동치미 물국수처럼 상업적 광고 없이 사장님이 직접 검증한 로컬 맛집들이 빼곡했습니다. 강릉의 제주해인물회는 이미 저의 단골이지요. 머무는 순간뿐 아니라 텐트를 걷고 집으로 향하는 귀갓길 여정까지 챙겨주는 온기입니다.

국내에 수많은 캠핑장이 있지만, 하이엔드급 편의와 원초적인 숲의 쉼이 이처럼 균형 있게 공존하는 곳은 드뭅니다. 잘 정돈된 디테일 덕에, 캠퍼는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덜고 오롯이 숲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숙박비 이상의 만족을 남긴 하루. 휘게포레스트는 계절의 결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고 싶은 캠핑장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물론 캠핏에서 순식간에 예약이 끝나긴 하지만요.

관련글

  • 핀터레스트 공유하기
  • 카카오톡 공유하기
  • 네이버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URL 복사하기

‘mimmi’ 사이트 본문 중 쿠팡 파트너스 및 제휴링크를 통해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